소설/판타지소설

[안현일] 죽어야 번다 줄거리와 리뷰.

BSG_쓰윔 2012. 11. 27. 12:24

 

 

 

 

 

 

 

 

 

 

 

 

 

 

 

 2011년을 빛낸 장르소설로 평가 받는 안현일 작가님의 <죽어야 번다>.

 제목 선정이 아쉽다는 말도 있지만, 장르소설 사이트를 중심으로 입소문이 돌아 제법 읽은 분이 많은 소설입니다.

 

책이름: 죽어야 번다

글쓴이: 안현일

출판사: 파피루스

총권수: 7권 (완결)

출판일: 2011년 5월 23일

장르: 전쟁물, 성장물(?)

배경: 중세

 

 참고로 죽어야 번다는 10-20대 주인공들이 판치는 장르소설계에서 독특하게도 중년 아저씨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소설입니다. 그래서 독자에 따라 감정이입이 쉽지 않을 수도 있으며, 호불호가 갈리는 면도 있습니다.

 또한 제목만 보면 종종 코믹물을 기대하고 오시는 분들이 있는데, 코믹물인 소설은 아니니 주의해주세요.

 

 

1. 실패한 가장. 

 인공인 길버트는 실패한 가장의 전형입니다.
 당장 먹고 살 돈도 없는데 도박으로 돈을 날리지않나, 의욕 없이 술이나 마시질 않나, 툭하면 욕설과 폭언을 하기 일수입니다.
 심지어 아들이 가지고 있던 학비까지 훔쳐서 도박으로 탕진하는 무능함을 보이죠.


 가족들은 길버트에게 등을 돌렸으며, 아내는 가출까지 해버립니다.

 길버트와 남은 아이들은 대화가 단절되었고, 길버트도 무심함을 -아이들의 나이도 모릅니다.-  보입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가 무능한 가장이었던 건 아닙니다.
 과거엔 왕립 아카데미를 수석졸업했고, 훈작이라는 작위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과로로 인해 포스(기사가 가지는 강력한 힘)를 잃고 낙담하면서 작위도 팔아먹고 지금처럼 타락하게된 것이죠.

 러던 어느날, 길버트는 평소처럼 도박에서 돈을 잃은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한 노신사를 만나게 됩니다.
 노신사는 길버트에게 ‘죽어 준다면 엄청난 돈(1만 골드)를 주겠다’고 제의하며 종이를 줍니다. 그리고 연락하고 싶다면 종이를 찢으라고 하죠. 


 당연히 길버트는 무슨 헛소리냐며 무시하며 집에 돌아왔지만, 나이에 맞지 않게 어른스런 아이들의 대화를 들으며 가장으로서 무능한 자신의 처지에 미안함과 절망을 느껴 노인이 준 종이를 찢습니다.  

 

2. 계약, 그리고 새로운 시작. 

 

 이를 찢고 도착한 곳은 어느 노인의 고풍스러운 거처였습니다.
 사실 노인은 블랙드래곤의 수장 인서레드였고,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고룡(古龍)이었던 거죠.


 노인은 길버트에게 계약을 제시 합니다.
 ‘5년 안에 죽어라. 그리고 가치 있는 죽음을 보여줄수록 돈을 많이 주겠다. 단, 자살은 안된다.’


 길버트는 아이들을 생각하며 계약을 맺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온 길버트는 어떻게 죽어야 ‘가치 있는 죽음’이 될지 고민해봅니다. 

 그러나 해답은 쉽게 나오지 않습니다.


 ‘가치 있는 삶’을 살지 못했던 길버트는 막상 ‘가치 있는 죽음’이 뭔지 알 수 없었던 거죠.
 결국 길버트는 왕립 아카데미 시절의 친구인 지킨겐이 있는 영지에서 하는 몬스터토벌을 위해 떠납니다. 가치 있는 죽음을 위해서요.
 

 그러나, 막상 죽으러 가려니 이상한 일들이 생깁니다.

 단지 의욕을 가지고 뭔갈 해보려고 했을 뿐인데 눈을 돌리고 있던 곳에서 소중한 인연들이 되살아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망가진 줄 알았던 길버트의 인생이 크게 요동치기 시작합니다.

 

3. 절망을 외면하지 말자. 

 

 버트는 왕립 아카데미에 있을 때부터 ‘천재’였습니다.
 인재들이 모여있다는 아카데미에서 수석 졸업도 했고, 야심도 많아서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그러나 평민출신이라는 한계와 스스로의 성격 때문에 망가져 갑니다.

 

 결국 정신을 차리자 길버트는 패자이자 낙오자입니다.
 자존심이 강했던 길버트는 현실을 외면한 채 오기로 살아옵니다.
 그러나 인서레드와 맺은 계약을 계기로 현실을 돌아보고 그제서야 현실로 돌아오게 됩니다. 

 

 현실이, 외면하던 현실이 갑자기 확 다가온 느낌이다.
 결코 혼자 잘 살아보겠다는 것이 아니었는데, 그저 귀족이 되려던 것뿐이었는데....
                                                    (중략)
 그런 그를  더욱 참담하게 하는 것은, 이 외면하고 싶은 현실을,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지옥을 탈피할 방법이 없다는 거 였다.
 알지만, 방법이 없으니 모르는 척할 수밖에 없게 된다.
 괜한 허세를 부릴 뿐이다.
 괜찮은 척, 멀쩡한 척 클럽을 찾고 술을 마시고 카드 게임을 즐긴다.
 사실은…… 전혀 괜찮은 게 아닌데. 

                                                                   - 죽어야 번다. 길버트의 독백 中

 

 리고 현실로 돌아오고나서부터, 길버트의 인생은 순탄해집니다.
 동시에 자신을 돌아보면서도, 그 동안 겪었던 실패가 단순히 ‘운’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잘못도 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길버트는 자신의 재능을 펼칠 수 있는 곳에 서면서, 동시에 여러 사람을 접하면서 점점성숙해집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5년 안에 반드시 죽어야 한다는 사실이 발목을 잡죠.
 길버트는 새로운 인생에 매번 기뻐하면서도, 매번 감사해하면서도 그 이면에 있는 죽음때문에 늘 고뇌해야 합니다.
 말기 암 환자가 로또에 당첨되면 이런 기분일까 싶습니다.

 보면서 많은 것을 느끼게 하는 것 같습니다.
 작품의 주인공인 길버트와 동년배가 아님에도 말이죠.


 그리고 동시에 이런 대사가 생각납니다.

 아마 ‘삼류무사’라는 책에서 봤던 대사일텐데, “이 아비는 비록 3류이지만 너에게만은 1류이고 싶었다.” 입니다.

 

4. 독특한 주인공. 

 

  소설의 주인공인 길버트는 상당히 독특합니다.

 물론 중년 아저씨라는 점에서 그런 면도 있지만, 사실은 다른 점이 더 독특하죠. 

 로 길버트가 전략 전술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주인공은 흔히 말하는 압도적인 무력은 없지만, 전략적인 사고 방식을 무기로 착착 이야기를 진행해나가는 건 볼만한 요소였습니다.

 

 흔히 장르소설에서 '지략', '뛰어난 머리'로 묘사되는 캐릭터는 많습니다.

 하지만 실제론 그 캐릭터는 멍청이인데다가 적들이 더 멍청이라서 이기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죽어야 번다>에선 그런 면이 적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전쟁을 진행해나가는 씬도 좋았고, 전쟁이 단순히 전쟁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여러 이해득실이 얽힌 정치논리를 집어 넣은 것도 좋았습니다.

 

 다만, 주인공의 개연성 부분에선 논란이 있습니다.

 '이토록 천재였던 주인공이 이렇게까지 몰락할 수 있나?' 입니다.

 저 개인적으론 훌륭한 능력을 가지고도 스스로 망가져 재기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봐왔던 터라 개연성은 어느정도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한가지 일에 집중했다가, 실패한다면 어떻게 황폐화되는지도 봤고요.

 

5. 전체적인 평가. 

 

 품의 전체적인 진행은 마음에 들었습니다.
 또한 기존과는 다른 주인공을 쓰다보니 신선한 면도 있었습니다.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해보게 하는 책이며, 공감도 가는 책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재미가 없었느냐? 개인적으로는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전 읽는 내내 흥미 있게 봤습니다. 몇몇 부분에서 늘어지는 면이 없진 않았지만요.

 

 다만, 곳곳에서 아쉬운 점들이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작 중에서 첫 싸움엔 지략을 이용해 싸울줄 알았는데 허술하게 얼버무린 것이라던가, 작품에서 영어를 차용해 룬어로 설정한 부분이라던가,(꼭 나쁜 설정이라 볼 순없었으나 알게 모르게 싸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몇몇 캐릭터는 작품과 조화되지 않았다던가, 전체적으로 묘사가 빈약하다는 점들 말이죠.   

 

 그 외에도 문장이 프로다움이 없었습니다. 이 부분이 가독성을 떨어뜨리는 한 가지 요인이 되었습니다.   
 또한 작품 막바지로 갈수록 주인공 능력이 좀 속된 말로 ‘뻥튀기’ 되었던 게 아쉬웠고, 일반적인 판타지의 흐름으로 간면이 아쉽습니다.
 무의식 중에 이 소설은 일반적인 흐름으로 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거든요.
 
 게다가 결말도 약간 흐지부지된 면도 있고, 던져놨던 떡밥도 회수되지 않은 게 있습니다.


 그런 점을 감안해서, 저는 이 책의 점수를 5점 만점에 3.5점을 주고 싶습니다.

 

 

평가항목: 5점 만점. (이 평가는 개인적인 평가입니다.)

 

 

 

P.S 아직 책을 읽지 않으신 분들을 위해 본문에서 미리니름은 자제했습니다. <죽어야 번다>의 전체적인 줄거리를 알고 싶으시다면, 아래의 글을 클릭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