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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조] 소설 숭인문의 줄거리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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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 높은 판매고를 올리지 못하더라도 독자들의 지지를 받는 소설이 있습니다.

 <숭인문>은 바로 그런 책의 전형입니다.

 인기를 끌만한 클리셰를 쓰는 소설은 아니지만 매니아층 독자들을 보유하고 있는 소설이죠.

책이름: 숭인문
글쓴이: 이길조
출판사: 발해
총권수: 7권 (출간중)
출판일: 2008년 3월 26일
장르: 신무협소설

 

 

1. 힘이 아닌 사람을 추구하는 숭인문

 

 창천문이라는 문파는 강력한 무공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창천문의 무공은 지극히 어려웠고, 대성하려면 사지(死地)에 뛰어들어야만 했습니다.

 그 때문에 창천문의 많은 제자들은 고생 끝에 죽어나가야 했고 그런 비(非)인도적인 부분 때문에 결국 공적으로 몰려 멸문당하게 됩니다.

 

 그래서 살아 남은 창천문의 후예는 더 이상 비 인도적인 방법으로 문파를 운영하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하고 '숭인문(崇人門)'을 만듭니다.

 인문은 독특한 문파입니다.

 흔히 말하는 권력, 세력확장, 강함을 가장 우선으로 하는 게 아니라 사람을 가장 먼저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숭인문에게는 '사람'을 위한 독특한 교육법이 있습니다.
 바로 지생고라는 교육법인데, 제자를 세상에 내보낸 후 문파 내의 강자 한 명이 따라다니며 보호를 해주는 겁니다.

 

 문파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 문파는 문도들을 위한 것이다.

-숭인문 中

 

 인문의 무공은 창천문을 기반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다수의 제자를 받아들여 사지에 던져놓고 살아남은 제자들만 받아들인다면 세력확장에 유리합니다.

 하지만 사람을 우선시하는 숭인문은 제자 한 명을 키우기 위해 문파의 강자가 따라다녀야 하는 비효율적인 제도를 감수합니다.

 

2. 숭인문의 종염방

 

 야기의 시작은 숭인문의 21대 제자 종염방이 지생고에서 겪는 고난으로 시작합니다.
 종염방은 어린 여자아이였지만 오랜 지생고를 이겨냈습니다.

 하지만 심각한 위기에 처하게 되고, 그 순간 사형인 양진위가 구해주면서 비로소 문파에서 내내 자신을 돌봐줬다는 걸 알게 됩니다.

 

 사실 오랜 시간 종염방이 지생고를 했던 이유는 의외로 숭인문의 무공을 대성할 아이였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지생고를 돌보던 양진위는 최대한 지생고를 길게 끌고 가며 종염방을 지켜봤던 것이죠.

 지만 양진위가 오랜 시간 지생고를 돌봐주는 사이 같은 문파에 있던 약혼녀를 이씨세가의 사람에게 빼앗기게 됩니다.

 그러면서 양진위는 실의에 빠지고, 본의 아니게 이유를 제공한 종염방은 양진위와 교류를 나누게 됩니다.

 그와 동시에 알려지지 않은 작은 문파였던 숭인문은 이씨세가와 엮여 점점 무림의 일에 얽히게 됩니다.

 숭인문은 계속 '인간'을 추구할지 '힘'을 추구할지 선택을 강요받게 됩니다.

 

3. 기존의 무협 소설에게 던지는 화두

 

 실 무협소설에선 '힘'을 최고로 숭상하며 화끈한 세력확장을 함으로써 독자들에게 대리만족을 줍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류라고 할 수 있는 전개는 어디까지 강해질 수 있느냐를 강조합니다.

 

 하지만 <숭인문>이라는 소설은 당연시 되어왔던 그런 흐름에 의문을 던집니다.

 그렇게해서 강해지는 게 의미가 있냐고요.

 

…숭인문도로서 사형제들과 함께 생활할 때는 이와 같이 흔하디 흔한 대화, 평범한 웃음들, 북적북적하고 소박한 관계가 소중한 것인지 몰랐다.

(중략)

 숭인문들의 사제들을 관찰하는 시점으로 보게 되자 갑자기 그녀는 이러한 매일 먹는 푸성귀 음식과 같은 대화와 웃음 같은 것들이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숭인문 中 


"많이 부러운가 보구나. 숭인문도 이처럼 넓었으면 좋겠느냐?"

종염방은 잠시 생각해보고 말했다.

"이처럼 넓으면 사형제, 사숙들이 모두 뿔뿔이 흩어져 있을테니, 불편할 것 같아요. 집이 넓은 것보다 사는 사람들이 친한 것이 더 중요하지요."

"그렇다. 어차피 집이라는 건 사람을 위해 있는 것이니, 사는 사람이 중요한 것이지. 허름한 초가집의 쪽방에 기거하더라도 그 속에 사는 사람의 마음은 대해(大海)를 품을 수 있는 것이다."

-숭인문, 양진위와 종염방의 대화 中

 

 순히 소설 이야기일 뿐 아니라 비합리와 효율의 문제는 우리 사회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분명 소수자들을 포기하며 앞으로 나아간다면 고성장 - 즉 효율성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소수자들을 짓밟고 추구하는 것들이 과연 그런 대가를 감수할만한 것인지는 의문일 때가 있습니다. 

 

 무협 소설로썬 낯설 수도 있는 전개이지만 오히려 신선함이 있어서 좋은 요소였습니다.

 기존의 클리셰를 파괴함과 동시에 왜 우리가 진보해야하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줄 장을 열어줬기 때문이죠.

 

 특히 한 쪽의 의견만을 내는 게 아니라 힘, 권력을 추구하는 '대착점'으로써 '철중장', '견진아단'이라는 요소를 등장시킨 것도 좋았습니다.

 

4. 재미도 충분하다.

 

 론 <숭인문>은 '강해질 필요가 없다.'고 주제에만 집중하는 소설은 아닙니다.

 이런 소설에서 기대하는 '재미'에도 충실하려고 노력한 요소들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숭인문은 무공도 독특합니다.

 이 무공은 형태에 구애 받기보다는 자유로우면서도 강력합니다.

 그 때문에 초반엔 느리지만 성장하기 시작하면 굉장히 빠른 성장을 보입니다.

 이런 혜택을 받은 게 소설의 또 하나의 주인공인 종염방인데, 숭인공 덕분에 급성장을 이룸으로써 성장물의 재미도 보여줍니다.

 순한 '강한' 성장이 아니라 '정신적' 성장을 보여준다는 것도 눈에 띄고요.

 

 그리고 숭인문 초야에 묻혀 사는 문파이지만, 힘이 있기 때문에 문파를 핍박하는 자들에게 대항할 힘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세력이 약한 쪽은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는데, 그걸 뒤집어서 기득권층에게 대항하며 카타르시스를 주는 요소들도 있어 훌륭합니다.

 

5. 전체적인 평가

 

 만 '소탈하고, 남을 신경 쓰지 않는다.'라는 걸 강조하기 위해 양진위가 사용하는 욕설은 아쉬웠습니다.
 작의 흐름 중 꼭 등장해야하는 지도 의문스러웠고 뜬금 없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점점 비중이 적은 조연들의 시점으로 진행되기도 하는데, 잦은 시점의 변경은 이야기의 몰입감을 떨어뜨렸습니다.

 애초부터 주인공은 2명으로 시작하는 소설이라는 걸 감안하면, 이런 접근은 신중해야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물론 이 요소가 다시 책을 읽을 때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 하기 때문에, 윤현승 작가님의 <하얀늑대들>같은 작품을 좋아하신다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실 수도 있겠지만요.

 

 이 모든 것을 고려한 제 점수는 5점 만점에 3.9점입니다.

 

 

평가항목

대중성: 3점 (대중성이 훌륭한 소설은 아닙니다.)

개연성: 3.5점 (개연성 부분에선 어색한 부분이 있습니다.) 

가독성: 4점 (호칭이 어색한 게 흠입니다.)

캐릭터: 4점 (평균 이상들의 등장인물들이 나옵니다.)

재미: 4.5점

책이주는 감동: 4.5점

 

 

P.S 숭인문은 7권이 나온 뒤 3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8권이 나오고 있지 않습니다.

 출판사가 장르소설 쪽을 더 취급 안한다는 말이 있는데 완결을 보기 힘들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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