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한국 국가대표팀에는 안 좋은 일이 연이어 터지고 있습니다.
대표팀은 졸전 끝에 간신히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으며, 경기력도 좋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최근의 문제입니다.
바로 한국 대표팀의 내분입니다.
그 내용은 트위터를 통해 구체화 되었죠.
윤석영 선수는 최강희 전(前) 대표팀 감독이 했던 인터뷰를 디스하는 내용을 트윗했습니다.
옳고 그름을 떠나 이 디스 자체는 얼마나 대표팀에 문제가 있고, 선수들의 사고방식에 문제가 있는지 드러납니다.
일각에선 대한민국의 오래된 악습일 뿐이라며 이런 이야기를 트위터로 하는 게 뭐가 문제냐는 의견도 있지만, 우리나라보다 개방적인 외국에서 이런 일이 있었어도 문제가 될 겁니다.
게다가 이러한 트윗이 보여주는 '내분'의 조짐은 자칫하면 대한민국 축구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들 암덩어리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시간에는 한국 대표팀이 어떤 점에서 위기인지 짚어보고, 신임 감독인 홍명보 감독이 나아가야할 길을 짚어보겠습니다.
1. 시한부 감독 선임은 위기의 시작이었다.
1. 시한부 감독의 위험성.
퍼거슨 경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과거 은퇴를 하겠다고 한 적이 있었는데, 은퇴 발표 이후 선수들을 통제할 수 없었다고요.
퍼거슨 경은 분명 세계 최고의 감독으로 꼽히고, 능력도 뛰어났지만 임기가 얼마 남지 않자 레임덕 현상을 겪은 겁니다.
그래서 퍼거슨 경은 은퇴를 번복했고, 그 이후부턴 언제 은퇴하겠다고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습니다.
곧 은퇴한다거나 하는 시한부 감독은 설사 자신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장이더라도 팀을 장악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퍼거슨 경은 언제 은퇴할지 언급하지 않다가 갑작스럽게 은퇴를 했습니다.
이 일화에서 알 수 있듯이 시한부 감독은 감독, 특히 단기간만 선수와 접할 수 있는 대표팀 감독에겐 최악의 선택입니다.
그런데도 최강희 감독님은 '시한부 감독'으로 임기를 시작했습니다.
최강희 감독님을 옹호하려고 이런 이야기를 꺼낸 건 아닙니다.
다만 이런 선임 형태가 대한민국 축구를 갉아먹은 싹을 틔웠기 때문에 언급한 겁니다.
당시 대표팀 상황을 생각하면 시한부 감독은 최악의 선택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그 시절부터 이미 내분의 싹이 트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조광래 감독님의 성향 때문에요.
2. 해외파-국내파의 내분 조짐
여러분도 알다시피 조광래 감독님은 '만화축구'라고 불리울 정도로 소화해내기 힘든 전술을 썼습니다.
보통 그런 전술은 오랜 시간 선수와 훈련할 수 있는 축구클럽에서도 소화해내기 힘듭니다.
하물며 일년에 많이 만나지도 않는 대표팀에서 이런 전술은 더더욱 소화하기 힘들죠.
그래서 조광래 감독님의 선택은 '무리를 해서라도 해외파를 중용해 이 전술을 소화하게 하자'였습니다.
그 결과 조광래 감독님은 해외파를 주구창창 썼고 심지어 '부상 당한 해외파' 선수도 소집하는 엽기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심지어 이청용 선수가 장기 부상으로 경기에 나오지도 못하는데 경기에 부르겠다고 광기넘치는 인터뷰도 했었죠.
헌데 이런 결과가 팀 내 미묘한 기류를 만들었습니다.
해외파를 우대하다보니 본의 아니게 해외파와 국내파를 명백히 갈라놓는 형상이 된 겁니다.
게다가 여기서 결정타가 옵니다.
대한민국 올림픽 대표팀이 동메달을 딴 겁니다.
결과론적으로 이 멤버들은 엄청나게 찬양을 받았고, 같이 활동하다보니 끼리끼리 뭉치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대한민국은 세대교체의 시기다보니 이 멤버들이 국가대표팀의 중심축이 되면서 '우쭐'해졌습니다.
결과론적으로 이러한 요소들이 해외파 선수들이 우려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게 했습니다.
하물며 멘탈이 좋지 않기로 유명한 기성용 선수도 '해외파'의 주축이었으니까요.
여기서 필요했던 게 이런 '우쭐한 선수들'을 확실히 장악해줄 감독이었지만 앞 서 말했듯이 축구협회는 최강희 감독님을 시한부 감독으로 만들었습니다.
결과론적으로 이러한 선임이 대한민국 축구의 위기를 자초했던 겁니다.
2. 굉장한 위기에 선 대한민국 대표팀.
1. 최강희 감독님의 패착.
최강희 감독님은 스스로도 강조했듯이, 예선 통과를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투입된 소방수일 뿐입니다.
게다가 최강희 감독님은 결과론적으로 너무 전임자의 모습에 너무 신경써서 문제를 가속화 했습니다.
조광래 감독님이 가장 비난 받았던 부분 3가지만 볼까요?
1. 무리한 해외파 기용.
-> 지금 시점에서 보면 믿기지 않겠지만, 여론이 모두 해외파만 무리하게 쓴다고 비난이 많았습니다.
특히 해외파의 혹사논란과 부상 선수 관리면에서 비난이 많았죠.
2. 비현실적인 전술 사용.
-> 한국에겐 한국에 맞는 전술이 있는데 굳이 패싱게임을 해야겠냐고 비난이 많았습니다.
3. 예선에서의 졸전.
->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감독님이 경질된 건 잡아야할 경기를 잡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최강희 감독님은 무능한 감독이 아닙니다.
헌데 최강희 감독님은 전임 감독이 실수했던 부분을 지나치게 신경쓴 나머지 본인의 색깔을 잃었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그 부분이 '난 시한부 감독이고 성적을 내야 한다.' 라는 부분과 합쳐지면서 너무 서둘렀고, 이 요소는 국내파-해외파의 갈등을 부추기는 형태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런 문제는 신중히 접근했어야 했는데요.
물론 모든 부분을 최강희 감독님께 책임지워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스타 의식에 젖은 해외파 선수들이 얼마나 통제하기 힘들었을 지도 이해합니다.
어쨌든 제가 이야기 하는 건 결과론적인 이야기입니다.
2. 내분의 위험성.
축구팬들이 착각하는 건 축구 게임과 현실을 혼동한다는 겁니다.
좋은 능력치의 선수들을 정해진 전술에 넣으면 딱딱 효과가 나는 건 게임에서만 가능합니다.
축구 선수의 실력 못지 않게 중요한 건 조직력과 단합심입니다.
선수들이 발을 맞춰볼 일이 드문 국가대표팀에서는 그 부분이 더욱 두드러집니다.
주축 선수들이 클럽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독일 대표팀이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물론 요즘은 클럽에서도 잘하지만요.)
헌데 내분은 팀의 중요한 부분을 모두 박살내버립니다.
대표적으로 지역 갈등으로 '샴페인'에 머물렀던 스페인 대표팀을 생각해보세요. 스페인 대표팀은 멤버들은 화려했지만 이런 갈등 때문에 메이저 대회에서 정상에 서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네델란드를 볼까요? 아약스파와 반 아약스파로 갈등을 겪었던 네델란드 대표팀은 부진을 겪기도 했고, 유로2012에선 광탈을 해버렸습니다. 그것도 눈뜨고 보기 힘든 경기력을 보여주면서요. 또한 프랑스는 어떨까요? 선수끼리 사이가 좋지 못했고, 심지어 감독과도 항명까지한 프랑스는 시련의 시기를 겪어야 했습니다.
훌륭한 선수들을 다수 보유한 강팀들도 내분에 엮이면 졸전을 벌이는데, 하물며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은 어떻겠습니까? 그만큼 우리나라는 심각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게다가 내분을 근본적으로 잡지 못한다면, 이 문제는 끝없이 이어져 밑의 세대들에게도 영향을 끼칠 겁니다. 괜히 '역사'와 '팀 분위기' '전통'이라는 게 존중 받는 게 아닙니다. 내분이라는 오점이 팀 분위기에 남아 있으면 곤란할 겁니다. 3. 홍명보 감독님이 나아가야할 방향은? 이제 최강희 감독님은 떠났습니다. 공은 홍명보 감독님 앞에서 멈췄고, 해결해야할 사람은 홍명보 감독님입니다. 홍명보 감독님은 현재 월드컵에서 성적을 내는 것보다도 이런 대표팀의 문제를 잘라내는 게 중요합니다. 만약 이 문제를 방치하고 월드컵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냈다고 합시다.
그렇게 하면 미래가 어떻게 될까요. 이때까지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이 가진 강점은 해외파가 많기 때문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국가대표팀보다 빅리그에서 뛰는 팀들을 박살내왔던 건 대한민국 대표팀이라는 자부심으로 열심히 뛰는 투지로 대표되는 전통에 있습니다. 만약 이런 팀의 전통이 사라진다면, 우리나라 대표팀은 당장 성공을 거두더라도 장기적으로 몰락할 겁니다. 빅클럽으로 가려는 수단으로 전락한 잉글랜드 대표팀처럼 '자기 홍보'를 위해 거쳐가는 쇼케이스 장소가 될지도 모르죠. 그렇다면 홍명보 감독님이 할 수 있는 선택은 어떤 게 있을까요? 1. 국내파-해외파 둘을 화해시키고 권위를 회복한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입니다. 그러나 가장 현실성 없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는 한 번 틀어지면 수습하기 힘들어서 제 아무리 훌륭한 감독이라도 한계는 있습니다.
하다 못해 10명도 안 되는 학생들을 가르친다 하더라도 '파벌'의 사이를 이어준다는 것은 힘든 일이지요. 심지어 무리뉴 같은 세계적인 감독도 레알 마드리드의 기존 주축들과 내분이 생기자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물론 홍명보 감독님은 카리스마가 남다르고, 한국 축구의 레전드인데다, 갈등의 주 원인인 해외파에게 영향력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쉬운 길은 아닌 듯 하네요. 2. 해외파의 손을 들어주고 국내파를 분쇄한다. 이건 현실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빠르고, 감독 입장에선 편리한 길입니다. 하지만 사실상 국가대표팀에 좋지 못한 영향을 준 선수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일이며, 제가 앞서 언급했듯이 팀의 케미스트리를 망치는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3. 갈등의 주축인 해외파 몇명에게 일부러 가혹하게 굴어서 '조련' 시킨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명장으로 인식되는 히딩크 감독님은 일부러 안정환 선수에게 가혹하게 굴었다고 합니다. 물론 당시 안정환 선수는 최고였지만, '스타 의식'에 젖어 있어서 팀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었기 때문에 그랬다고 하죠. 개인적으론 이 방식이 적절한 것 같습니다. 마침 윤석영 선수의 사건도 있고, 이걸 빌미로 얼마든지 가혹한 시련을 줄 수 있는 상황입니다. 다만 이 방법이 실패한다면, 레드냅 감독 꼴이 날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갈등이 커질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홍명보 감독님의 배경을 생각해보면 그럴 가능성은 낮아보입니다. 4. 박지성 선수를 복귀시켜서 위기를 수습한다. 사실 박지성 선수는 국가대표에서 은퇴를 했고, 본인도 돌아올 마음이 없다고 못박았습니다. '도리'를 생각해도 이건 정말 안 될 말이지요. 하지만 내분 수습의 적임자라는 면에선 박지성 선수를 능가할 사람은 찾기 힘듭니다. 박지성 선수는 해외파의 대표 수장격이며, 국내파를 아우를 수 있는 그릇이 있으며, '팀'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려 깊은 성격도 가지고 있죠. 그런데 현실성이 없네요. 어떤 방식이든지 홍명보 감독님이 올바른 선택을 하길 바랍니다. 4. 마치면서. 여담이지만 이제 일선에서 물러난 최강희 감독님은 대표팀의 내분을 인정했습니다. 이 때문에 최강희 감독님을 비판하는 분도 계시지만, 오히려 이런 말을 하려면 기회가 지금 시기 밖에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내분은 조기 진압이 답입니다. 하지만, 예선에서 탈락하면 월드컵에도 가지 못하는 상황에선 당연히 이야기를 꺼낼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월드컵 전까지 시간이 있습니다. 수습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만약 최강희 감독님이 입을 다물고 지나갔다고 생각해볼까요. 홍명보 감독님이 해외파나 국내파에게 힘을 실어줘야 내분이 해결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해할 수 없는 명단제외가 있을 겁니다. (어느 한 쪽을 길들여야 하니까요.) 가뜩이나 홍명보 감독님은 고대라인의 선수를 쓴다고 비판이 있는데, 만약 내분 수습과정에서 명단 제외를 한 후 패배라도 하는 날엔 막대한 비판이 날아올 겁니다. 만약 내분이라는 게 밝혀지지 않았다면 팬들 입장에선 인맥축구라고 볼 수 밖에 없기 때문이죠. 만약 홍명보 감독님이 선수 제외 없이 내분을 방치하려 해도 사태는 심각했다고 봅니다. 상처가 곪은채로 갔다간 본선에선 망신을 당했을테니까요. 잘못이 있다면 숨기는 게 능사가 아닙니다. 그건 어린시절에나 하던 자기도피일 뿐이죠. 팀의 분열을 막기 위해 월드클래스 선수도 과감하게 잘라내서 회복한 예도 있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한 층 더 성숙해졌으면 하네요.
시대의 뒤떨어졌다 어쩐다 하지만 팀의 전통은 반드시 보호되어야 합니다.
학급 내에서 패거리끼리 몰려다니며 사이 안 좋은 패거리를 연결해준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걸 학창시절을 겪었던 사람들이라면 알 겁니다.
P.S 최강희 감독님 본인이 시한부 감독을 택했으니 본인 잘못이라는 말도 있지만, 애당초 하기 싫다는 감독을 앉혔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입니다.
P.S2 시한부 감독으로 성공한 예가 없진 않습니다. 그런데 그런 성공이 회자 되는 건 '어려운 길'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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