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팬들에게 단시간 내에 유명해진 EPL 구단은 두 곳이 있습니다.
바로 스완지시티와 QPR이죠.
QPR이 부정적인 인상으로 다가왔다면 스완지 시티는 놀라움으로 다가왔습니다.
실제로 스완지 시티는 올시즌 EPL에서 중위권에 있고, 캐피탈 원 컵에서도 우승하며 유로파리그 진출권을 획득한 상태입니다.
물론 요즘은 동기부여를 잃으며 맛이 갔다는 게 아쉽지만요.
이 팀이 고작 몇 년 전에 EPL에 승격해서 이런 성과를 내고 있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래서 이번 시간에는 스완지 시티의 성공 신화를 알아볼까 합니다.
1. 미운 오리 새끼였던 백조군단
웨일즈 남쪽의 해안도시 스완지를 연고로 하는 스완지시티는 사실 축구 역사에선 변방에 해당하는 팀이었습니다.
웨일즈 리그에서 잉글랜드 리그로 옮긴 후엔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고, 1981/1982 시즌에 1부리그에서 6위를 차지한 게 최고 성적일 정도로 화려한 역사도 없었습니다.
게다가 스완지 시티는 대부분의 시간을 하부리그를 전전했습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은 스완지 시티는 개혁을 단행합니다.
그리고 그 첫번째 시작은 '리버티 스타디움'의 건설입니다.
리버티 스타디움은 2005년 7월 10일에 완공 되었고, 2700만 파운드(약 459억원)를 들여 지은 경기장입니다.
모두 2만 750명을 수용 가능한데, 우선 경기장이 구단 수입의 중심이 된다는 점에서 훌륭한 첫발이었습니다.
그리고 스완지 시티는 한 가지 개혁을 더 단행하는데, 이건 정말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바로 현재 스완지 시티의 철학인 '패싱 게임'을 클럽에 접목한 겁니다.
2. 패싱게임으로 비상하는 백조군단
스완지 시티에 본격적인 패싱게임의 옷을 입힌 건 2007년에 부임한 로베르토 마르티네즈 (現 위건 감독) 입니다.
로베르토 마르티네즈는 06/07 시즌 2월에 갑작스레 3부리그에 있던 스완지를 맡았으나, 훌륭한 경기력을 보여주며 팀을 승격 플레이오프로 이끌었습니다. (다만 그 시즌엔 블랙풀에게 패배하며 승격은 좌절됩니다.)
당시 로베르토 마르티네즈가 첫 감독 경험을 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굉장히 훌륭한 성과였습니다.
거기에 끝나지 않고 마르티네즈는 스완지 시티에 점유율 축구의 기초를 닦아 놓았고, 대세가 된 4-2-3-1 포메이션을 스완지에 이식해서 3부리그에 머물던 스완지 시티를 챔피언쉽까지 끌어올렸습니다.
특히 로베르토 마르티네즈가 현명했던 건 당시 팀에 있었던 '레온 브리톤'을 주축으로 삼아 패싱게임의 밑거름을 만들었고, 패싱게임을 위한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다는 겁니다.
마르티네즈가 이적자금을 사용할 수 있던 07/08 시즌 영입한 주요 선수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페리 보데 (7만 5천 유로:약 1억원), 애쉴리 윌리엄스(60만 유로:약 8억6천만), 앙헬 랑헬 (10만 유로:약 1억 4천만), 오를란디 (자유계약).
조 앨런과 프로계약을 맺음.
이 영입이 '억' 소리가 절로 나는 건, 마르티네즈가 스완지가 3부리그에 있던 시절 이미 팀의 주축이 될 선수들을 영입했다는 겁니다.
특히 애쉴리 윌리엄스와 앙헬 랑헬은 여전히 팀의 주축으로 활약하고 있고, 애쉴리 윌리엄스는 단단한 수비와 함께 '훌륭한 빌드업' 능력을 지녀 점유율 축구의 핵심 선수가 되어 있습니다.
조 앨런은 훌륭한 실력을 입증 받아 현재 리버풀에서 뛰고 있고요.
3부리그에서 스완지 시티의 스쿼드는 이랬습니다.
다만 마르티네즈 감독은 끝까지 스완지 시티와 함께 하지 않았고, 위건의 제안을 받은 후 떠나 '유다'소리를 들었습니다.
게다가 다음으로 부임한 파울로 소사는 패싱 게임의 철학은 지녔으나 성적이 좋지 못했습니다.
기껏 반석 위에 올려 둔 스완지는 위기를 맞는 듯 했습니다.
그 때 스완지 시티는 한 명의 감독을 선임합니다.
바로 브랜든 로저스 감독(現 리버풀 감독)입니다.
그리고 이 선택은 팀을 구해내게 되죠.
새로이 감독이 된 브랜든 로저스는 그야말로 스완지를 훌륭하게 키워낼 적임자였습니다.
스페인 축구를 알기 위해 따로 스페인 유학까지 떠났고, 4-3-3 기반의 패싱게임 철학을 끝없이 추구한 전문가였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무리뉴 감독과 일하며 감독직에도 영향을 받은 사람이고요.
브랜든 로저스는 자신의 철학을 팀에 융화하기 위해, 팀에 부임한 후 스콧 싱클레어를 60만 유로(약 8억 6천만)에, 팀을 떠나 있던 레온 브리톤을 재영입을 5만 유로(약 7100만원)에, 케미 아구스틴을 자유계약으로 데려왔습니다.
다만 로저스 감독이 '공격 축구'를 하겠다고 공언한 스완지는 초반에 전술 적응 문제로 고전했습니다.
하지만 곧 스완지는 로저스의 색채를 띄기 시작했고, 승리에 승리를 거듭했습니다.
그 결과 스완지는 챔피언쉽에서 프리미어리그로 승격하게 되고, 승격 플레이오프 때 브랜든 로저스가 사용한 베스트 11은 다음과 같습니다.
3. 존재를 증명한 스완지 시티.
사실 이 때까지의 스완지 시티가 패싱 게임을 할 수 있었던 건 '하부리그'에서 스완지 시티가 '강자'의 입장에 있기 때문입니다.
축구 경기란 건 상대적인 것이라서 상대보다 강하다면 패싱 게임을 해도 이상할 건 없습니다.
다만 스완지 시티가 프리미어리그로 승격하면서 중요한 국면에 접어들게 됩니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스완지 시티는 갓 승격한 철저한 약자의 입장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로저스 감독은 여전히 점유율 축구를 구사하기로 마음 먹고, 이는 철저한 역할 분담을 통한 전술로 해결하기로 합니다.
특히 로저스 감독은 강팀들이 사용하는 점유율 축구와 다르게, 축구장을 세심하게 등분해서 선수 한 명 한 명에게 세세한 지시를 했습니다.
그리고 로저스 감독은 이 전술을 실현하기 위해 발재간이 있는 골키퍼 미첼 봄, 웨인 라우틀릿지, 대니 그라함을 영입하고, 길피 시구르드손과 스티븐 콜커, 매키크런을 임대하며 영입했습니다.
이 선수들은 모두 로저스가 계획한 전술에 맞는 선수들이었죠.
*로저스 전술의 특징
스위퍼 키퍼: 미첼 봄은 공을 잘 다루는 골키퍼입니다.
바르셀로나의 발데스가 선방 비율이 떨어져도 중용되는 것처럼, 미첼 봄도 패싱 게임에 참여하는 스위퍼 키퍼로 활약합니다.
딥라잉 플레이메이커: 바르셀로나의 사비가 수행했던 롤로 스완지에선 레온 브리톤이 이 롤을 수행했습니다.
시즌 중반 레온 브리톤이 사비를 제치고 패스 성공률 1위를 기록하기도 했는데, 이 롤로 뛰는 선수들은 팀의 퀄리티를 책임지는 핵심입니다.
타겟맨: 대니 그라함은 연계가 가능한 스트라이커입니다.
대니 그라함은 단순히 골만 넣는 게 아니라, 수비수를 끌고 가서 팀의 윙어들이 득점을 할 수 있게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찬스를 제공하기도 하고요.
공격적인 미드필더: 길피 시구르드손은 좋은 킥력과 공격적 재능을 지닌 공격형 미드필더입니다.
대니 그라함이 연계를 해주면서 생기는 공격적인 공백을 매우는 역할을 했습니다.
강인한 센터백: 스티븐 콜커는 피지컬이 좋은 센터백입니다.
애쉴리 윌리엄스가 가지지 못한 제공권과 화끈한 피지컬로 수비에서 생기는 약점을 보완했습니다.
그 결과 스완지는 승격 팀임에도 11위라는 중위권에 안착했고, 성적과는 별개로 점유율 축구를 하는 자신들의 스타일을 보여주며 대단한 찬사를 받습니다.
그리고 이 때 사용한 포메이션은 이제 현재의 스완지 시티와 대단히 흡사합니다.
4. 미카엘 라우드럽으로 꽃피우다.
그러나 스완지 시티에게 다시 위기가 찾아옵니다.
브랜든 로저스 감독은 리버풀로 떠났고, 로저스를 따라간다던 시구르드손은 뒷통수를 치고 토트넘으로 떠났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스콧 싱클레어는 맨시티로 떠났고, 주축 미드필더인 조 앨런까지 로저스를 따라 리버풀로 떠납니다.
단순 전력 이탈을 넘어, 스완지 시티는 팀 전체가 흔들리는 분위기였습니다.
미카엘 라우드럽은 이런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팀에 부임했습니다.
하지만 라우드럽은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영입들을 차분히 성사시킵니다.
마요르카 시절 자신의 제자였던 호세 치코를 250만 유로(약 35억원)에 데려오면서 스완지의 약점인 수비라인을 두텁게 했고, 기성용 선수를 696만 유로(약 99억원)에 데려오며 조 앨런의 공백을 메웠습니다.
거기서 끝나지 않고 측면에서 뛸 수 있는 파블로 에르난데스를 700만 유로(약 100억원)에 데려왔으며, 옛 제자인 조나단 데 구즈만를 임대했고 스페인에서 미드필더 최다골을 넣은 미구엘 미추를 257만 유로(약 36억원)에 데려왔습니다.
결국 라우드럽 감독이 최종적으로 구성한 베스트 11은 다음과 같습니다.
닐 테일러가 장기 부상을 당하고, 대신 들어온 벤 데이비스가 부진했다던가 치코가 퇴장 당하고 수비라인에 균열이 있어서 부진했던 적도 있지만 스완지는 대단히 선전했습니다.
캐피탈 원 컵 우승 이후 동기 부여가 되지 않아 경기력이 좋지 못하지만, 스완지는 중위권에 안착하며 대단한 성공을 거뒀습니다.
여담이지만 라우드럽은 로저스 감독보단 좀 더 실리적으로 전술을 구사한 감독입니다.
이기기 힘든 강팀을 만났을 때, 스완지시티는 점유율에 집착을 버리고 좀 더 다이렉트한 플레이를 했습니다.
적극적인 압박보다는 일정 구역에서 철저히 자리를 지키며 실점을 방지하기도 했고요.
이런 플레이가 가능했던 건 바로 미추 선수와 기성용 선수 덕입니다.
미구엘 미추는 장신을 이용한 헤딩 능력이 뛰어나서 롱볼도 충분히 마무리해줄 수 있는 옵션을 제공했습니다.
미추의 올시즌 경기당 공중볼 경합 승리 3.4회
이는 웬만한 센터백이 기록하는 수치다.
기성용 선수는 특유의 롱패스와 중거리슛으로 팀이 변화를 필요로 할 때 옵션도 제공해줄 수 있었습니다.
5. 스완지 시티의 불안요소.
스완지 시티의 이번 시즌은 성공적이었습니다.
가장 고무적인 것은 스완지 시티가 굉장히 건전한 재정을 유지하면서 좋은 성적을 냈다는 겁니다.
다만 스완지 시티의 불안요소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첫 번째로 스완지에서 확실한 득점을 책임질 수 있는 게 미구엘 미추 선수밖에 남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나마 지난 시즌의 에이스 대니 그라함은 겨울 이적시장에서 팔려나갔고, 미추에게만 편중 되는 공격은 상대방에게 읽히기 쉽습니다.
게다가 셰흐터나 무어는 확실한 골게터도 아니고요. (셰크터는 21경기 무득점 1어시 기록 중)
두 번째로 다음 시즌 참가하는 유로파 리그 때문에 많은 일정을 원활하게 소화할 로테이션 자원이 없다는 겁니다.
실제로 프랑스의 몽펠리에는 우승한 다음 시즌에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느라 성적이 좋지 못했죠.
세번째로는 팀의 주축 선수들을 지킬 수 있느냐는 겁니다.
대개 리그 내의 강팀들이 손쉽게 전력을 강화하는 건, 리그에서 검증된 다른 팀의 선수들을 빼오는 겁니다.
실제로 미추, 미첼 봄, 애쉴리 윌리엄스를 비롯한 선수들은 빅클럽들과 연결되기도 했죠.
마지막으로 스완지 시티는 시즌 내내 전방 압박에 약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간혹 한 두 경기는 강한 압박을 패스 플레이로 농락하기도 했지만, 패싱 게임을 주축으로 삼는 팀이라면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합니다.
물론 스완지 시티도 이런 문제점은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 스완지는 첫번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선수들과 링크가 나고 있습니다.
루카쿠 임대라던지 이아고 아스파스 영입설이 돌기도 했죠.
그리고 두 번째 문제를 해결 하기 위해 라우드럽 감독은 여러 선수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호세 카냐스를 보스만 룰로 영입해 스쿼드를 두텁게 하기도 했습니다.
세번째 문제는 핵심 선수들과 재계약을 하면서 해결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미추, 랑헬, 치코 등 '핫'한 선수들은 대부분 재계약을 했죠.
물론 빅클럽들은 재계약한 선수들을 돈만 더 주면 빼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만.
6. 마치면서
이렇듯 스완지 시티는 밝은 미래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단순히 기성용 선수가 있는 팀이라서 보는 게 아니라, 자신의 철학을 지켜나가며 도약하는 팀이기에 스완지 시티를 주목하는 것도 좋은 선택일 듯 합니다.
이 글은 피파온라인3 게임조선에도 올라가며, 게임 조선에 올라갈 때엔 편집되어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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